토캡은 어디까지 버틸까?

Field Notes

신발 앞코의 딱딱하고 둥근 부분, 토캡. 발로 밟아도 망치로 내려쳐도 끄떡없는 이 작은 부품은 대체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안전화의 시작점이 된 토캡의 역사와 기준, 그리고 소재의 이야기.

작업장에는 늘 위험이 도사린다.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고, 날카로운 것들이 널려 있고, 덥고 춥고 젖고 미끄럽고, 유해한 화학물질까지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발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안전화를 신는다.

일반 신발과 안전화를 가르는 여러 특징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신발 앞코의 토캡(Toe Cap), 우리말로 선심이다. 앞코에 딱딱하고 둥글게 자리 잡은 이 부품은 보기에도 단단하다. 발로 세게 밟거나 제법 큰 망치로 내려쳐도 끄떡없이 버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 작은 부품은 대체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오늘은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묵묵히 발을 지켜주는 토캡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토캡의 등장 — 안전화의 시작점]

안전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20세기 이전에는, 작업자를 보호하는 비용보다 다친 사람을 새 인력으로 바꾸는 비용이 더 쌌다. 당시 노동자들은 나막신이나 가죽 부츠를 신고 일터에 나갔다. 유럽에서 널리 쓰이던 나막신 '사보트(Sabot)'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보호구로는 발을 지키기도, 긴 노동의 피로를 견디기도 어려워졌다. 작업장은 더 위험하고 고돼졌다. 광산이나 공장에서 곡괭이나 삽을 내려찍다 발등을 찍는 일이 잦았고, 무거운 돌이나 물체가 떨어지는 사고도 빈번했다.

부상이 늘자 노동자들은 국가와 기업을 향해 안전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기업도 그 책임 비용으로 더 안전한 장비를 갖추는 데 눈을 돌리게 됐다. 그런 흐름 속에서 미국의 레드윙(Red Wing)이 강철 선심을 넣은 최초의 안전화, 스틸 토 부츠(Steel Toe Boots)를 상업적으로 출시하며 안전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스틸 토 부츠 자체는 그전에도 있었다.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독일에서 노동자용으로 출시했고 군에도 지급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레드윙이 이를 대중화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스틸 토 부츠는 일상으로도 퍼져나갔다. 강철뿐 아니라 알루미늄·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발전했고, 80~90년대에는 서브컬처 '펑크'의 필수 아이템이 되며 문화적 상징으로도 자리 잡았다.

[토캡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 안전 인증의 기준]

안전화를 살 때 우리는 대개 착용감이나 디자인만 보고 고른다. 하지만 안전화에는 토캡의 압축 하중 기준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화에 대해 의무안전인증 또는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수입품과 해외 제조 제품도 동일하다.) 그 인증 항목 중 하나가 바로 토캡의 압축 하중 시험이다.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은 이 기준에 따라 안전화를 세 등급으로 나눈다.

· 경작업용 — 4.4kN 압축 하중에서 보호 (전기제품 조립, 식품 가공 등 경량물 취급 현장)

· 보통작업용 — 10kN (기계·금속 가공, 운반, 건축 등 일반 작업장)

· 중작업용 — 15kN (광산 채광, 철강 원료 취급, 중량물 운반 등 무거운 물체를 다루는 현장)

kN(킬로뉴턴)이라는 단위가 낯설다면, 무게 단위인 kgf로 바꿔보면 실감이 난다. 경작업용 4.4kN은 약 448kgf, 보통작업용 10kN은 약 1,019kgf, 중작업용 15kN은 약 1,529kgf다. 다시 말해 중작업용 안전화의 토캡은 1,500kg이 넘는 무게의 힘을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그 작은 부품 하나가 이 정도 힘을 버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토캡을 처음 발명한 사람에게는 정말 큰 상을 줘야 할 것 같다.

물론 인증은 '기준 통과' 여부만 확인하기 때문에, 각 안전화가 최대 얼마까지 버티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래도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작업 환경에 맞는 압축 하중 기준이 정해져 있고 거기 맞는 안전화를 신어야 안전하다는 것. 둘째, 인증을 거친 제품이라면 적어도 그 기준까지는 거뜬히 견딘다는 것.

[안전의 무게를 견디는 다양한 토캡]

강철 토캡은 지금도 압축 하중과 충격에 가장 강하다. 하지만 무겁고, 열을 잘 전달하며, 추운 날씨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오래 신으면 발 질환을 겪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토캡은 강도와 내구성은 강철에 준하게 유지하면서 이 단점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다양해졌다.

· 강철 — 가장 높은 강도·내구성, 저렴한 가격 / 무겁고, 단열이 약하고, 전기가 통함

· 알루미늄(합금) — 강철에 준하는 강도에 가벼움 / 전도성이 높고, 강철보다 비쌈

· 탄소섬유·유리섬유·복합 플라스틱 — 가볍고 편안하며 단열·절연 우수 / 강철보다 강도는 낮고, 내화성이 약함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떤 소재가 '최고'냐를 가리는 게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작업 환경에 맞는 토캡을 고르는 일이다.

강철 토캡은 무겁고 전기가 통하지만, 중량물을 다루거나 콘크리트·아스팔트 위에서 다양한 마모를 견뎌야 하는 현장에 적합하다. 반대로 탄소·유리·합성 섬유 토캡은 강도는 조금 낮아도 가볍고 편해서, 비교적 가벼운 물체를 다루거나 흙·풀 위를 자주 걷는 현장에 잘 맞는다. 뛰어난 단열과 절연 덕분에 방한이 필요하거나 감전 위험이 있는 현장에도 어울린다.

[결국, 내 현장에 맞는 한 켤레]

지금까지 토캡을 살펴봤다. 작업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부품이지만, 정작 안전화를 살 때 토캡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토캡 말고도 발바닥을 지키는 내답판, 발등과 발목을 감싸는 소재, 바닥면까지 — 따져야 할 것이 많아 내게 맞는 안전화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래도 꼭 기억할 것이 있다. 내 현장의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지 알고, 우선순위를 정해 안전화를 고르는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의 안전 인증(KS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 그것이 안전을 지키는 시작이다.

안전에 대한 의식과 기술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사고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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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 BY WOO JIN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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